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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재구성

by jmin3 2020. 6. 15.

경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제 시스템은 끝없는 경쟁과 함께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설계하기에 따라 사람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협동하고 공익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끔 만들 수도 있다. 공동의 이익이 커질수록 개인의 이익도 커지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면 된다. 토큰경제는 바로 그러한 이상을 추구한다. 가령 야구장에 가서 좋아하는 팀을 열심히 응원하고 나니 '야구 코인'이 생긴다면 어떨까? 응원이라는 협동 행위에 야구 코인이라는 토큰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 토큰으로 야구장에서 치킨을 사먹거나 좋아하는 선수의 등번호가 새겨진 저지를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기분으로 팀도 응원하고 토큰도 받으려고 더 자주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야구장과 구단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고, 또한 발생한 수익은 토큰으로 또 돌아와 야구장, 구단, 팬이 모두 기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 응원을 더 열심히 하는지를 어떻게 아느냐? 센서가 부착된 응원 도구를 지급해서 도구를 흔들 때마다 '응원 포인트'가 쌓이도곡 하면 어떨까? 응원 포인트를 더 얻으려고 선수들의 플레이와 상관없이 혼자서 막 흔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 같이 흔들 때에만 포인트가 쌓이도록 만들 수 있다. 일상에서 토큰경제를 구현해볼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있다. 미국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인구 3만의 소도시 이타카에는 '이타카아워'라는 대안화페가 있다. 이타카아워는 '1시간의 노동량은 10달러'라는 자체 규칙을 따른다. 즉 1아타카아워는 10달러이다. 직업을 구하지 못한 청년이 이웃 노인의 장보기를 1사간 돕고 1이타카아워를 받으면, 그는 이 돈으로 마을협동조합 매장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다. 이타카에는 자기 집 가까이에 친환경 방식으로 농작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들 도시 농부들이 모이는 농산물 시장에서 이타카아워가 애용된다. 이타카아워는 1991년 환경운동가들이 만들었고, 그들이 이타카아워의 사용 현황을 점검하고 적절한 발행량을 관리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금의 이타카아워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타카아워의 사례는 대안적 경제 시스템의 어려움이 성실한 중앙 관리자의 부재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시스템이든 신뢰 보장은 반드시 필요한데, 참여자들이 서로 믿기로 마음먹는다고 그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중앙 관리자를 두지 않고도, 혹은 중앙 관리자를 둘 여건이 되지 못하더라도 서로 신뢰를 보장하는 대안적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지역 공동체의 대안화페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이타카아워 같은 방식으로 가령 독거노인의 말벗이 되어드리고 집안일을 도와드리는 봉사활동을 하면 그 시간에 따라 '나눔 코인'이라는 토큰이 적립되고, 나눔 코인으로 마을 상점에서 필요한 재활르 구매할 수 있다고 해보자. 스마트폰 앱을 통해 봉사 활동을 한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 간단한 인증을 통해서 시스템에 프로그램된 나눔 코인을 얼마나 발행하고 얼마나 소각할 것이니도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설정할 수 있다. 나눔 코인 경제 시스템은 그 일을 전담하는 운영 관리자가 없어도 자동으로 돌아간다. 세계화된 경제를 보완하는 중요한 죽이 풀뿌리 공동체 경제라고 할 때, 토큰경제에 대한 주목은 비즈니스 영역보다 어쩌면 대안화페를 고민하는 지역 공동체 영역에서 더 많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물론 토큰경제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연다.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도 토큰경제를 황용하면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여 수익을 내려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자. 아프리카에는 태양광은 풍부하나 실제 사업을 진행할 자본이 부족하다. 자본이 부족하니 전물 인력이 있어도 그들을 모아 사업을 벌이기가 힘들다. 그런데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스마트 계약 기술을 이용해 손쉽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사업 제안서를 만들어 공개하고,비트코인으로 투자자금을 모으면서 투자자에게 투자 지분을 증명하는 '솔라 토큰'을 비티코인과 정해놓은 환율에 따라 제공한다. 솔라 토큰 판매로 조성된 자금을 가지고 태양광 패널 생산 기업 및 전문 인력과 계약하여 아프리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전력을 생산해서 발생한 이익은 기업, 전문 기술 인력, 솔라 토큰 보유자가 합리적인 비율로 배분한다. 이 모든 과정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중앙 관리자 없이 자동적으로 실시된다. 토큰경제를 정치에 적용하면 어떨까? 남북 관계에 블록체인과 암호토큰을 적용할 수는 없을까? 토큰을 특정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프로그램한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면 충분히 가능하기도 하다. 남북의 화해.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앞선 한국이 북한의 적극 투자하고 지원하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한에 지원된 돈과 물자가 남북이 합의한 목적이 아닌 북한 핵무기 능력 강화나 북한 지도부의 권력 강화 용도로 흘러들러갈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공 부문 혁신을 제안하는 <블록체인, 정부를 혁신하다>에서 저자 전명산은 남북합작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토큰을 개발하자고 한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북한에 지원된 돈의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아예 돈의 사용처를 지정할 수도 있다. 기술을 이용해 남북의 신뢰를 보장하면 협력 사업이 훨씬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북한을 설득해봄직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예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런 계획에 합의한다면 우리는 개성공단과 같이 남북한이 공동 사업으로 만들어낸 부가가치가 북한의 무기 구입이나 군비 확충에 사용되지 않고 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간경제에만 사용되도록 제한할 수 있다. 블록체인 개발 문화를 따라서 이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소스는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해서 전 세계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관리하는데 6자 회담에 참여하는 나라 등 이해관계가 많은 주변국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주변국들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절부를 혁신하다.> 전명산 클라우드나인,201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