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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디지털 자산시장의 환경

by jmin3 2020. 7. 11.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루고야 만 신화 속 연인의 조각이 있다. <큐피드의 키스에 꺠어나는 프시케>(1777년경) 큐피드의 어머니 비너스는 아들과 사랑에 빠진 프시케가 못마땅한 나머지 프시케를 죽음의 잠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큐피드의 키스를 받은 프시케는 다시 살아난다. 날개를 펼치고 프시케를 부드럽게 안은 큐피드와 큐피드의 머리를 감싸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프시케.. 관람객들은 그 애절하고 아름다운 연인이 대리석 조각이라는 것도 잊은 채 몰입한다. 이 작품의 조각가는 아토니오 카토바이다. 이탈리아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떠나버려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그러나 집이 가난하여 조각을 정식으로 공부를 하기가 힘들었다.  카노바는 부잣집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했는데, 부자가 주최하는 만찬에 돈 많은 정치인이 왔다. 카노바는 커다란 버터 덩어리를 깍아 사자상을 만들어 만찬 식탁에 올렸다. 그것이 정치인의 눈에 들었고, 그는 카노바의 후원자가 돼주었다. 추원자 덕분에 카노바는 베네치아에 가서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당대 최고의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는 나폴레옹 점령기에 나폴레옹을 위한 조각도 만들었으나, 그를 파리로 데려가고자 한 나폴레옹의 요구는 끝내 거절했다. 카노바는 베네치아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는다. 카노바의 '버터 사자'가 후원자의 눈에 든 것은 그 만찬 자리에 예술을 보는 눈과 재력을 함꼐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베네치아는 그런 곳이었다. 아이디어와 재능을 가진 젊은 예술가와 그런 예술가를 후원을 할 준비가 된 사람들의 플랫폼이었다. 우리 시대로 다시 눈을 돌려 이야기 해보자. 우리나라에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와 훌륭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많다. 아직은 그들의 존재감이 버터로 조각한 사자상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그리 크지 않고, 해외 시장은 선진국의 대기업들이 나눠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시장이 구축되면 글로벌 차원에서 엄청난 유동자산이 오고갈 것이고 준비된 스타트업들에게 커다란 플랫폼이 열릴 것이다. 버터 사자는 '유니콘'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그것을 돕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과연 무엇일까? 디지털 자산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알아보도록 하자. 외부와 내부의 규제 환경은 디지털 자산시장을 최선의 형태로 구축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 특히 시장을 둘러싼 국제적 규제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2019년 6월 22일, 37개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매우 강력한 암호토큰 규제 지침을 최종으로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암호화페를 '가상자산'으로, 암호화페 거래소를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로 지칭하고, '암호화페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자들은 암호화된 자산 이체 서비스를 이용한 당사자 양쪽의 정보를 규제 당국에 공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권고안은 암호토큰을 송금한 사람의 이름은 물론 수신한 사람의 이름과 양측의 계정, 송금자의 주소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당국에 제출할 필요가 있는 정보'로 명시했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누가 누구에게 암호토큰을 보내는지'를 지불 거래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또 FATA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는 사업장을 관할 하는 국가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당국의 명령이 있을 시에는 제재 대상의 계좌를 동결하거나 거래를 금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각국 정부는 미등록 사업자를 적발하기 위한 대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FATF는 공동 성명을 통해 '앞으로 지침 이행을 위해 회원국에게 12개월의 준비 기간을 부여할 예정이고, 오는 2020년 중하반기에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ATF의 지침은 암호토큰 관련 사업이 전통 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에서 자금세탁 방지, 테러 자금 조달 차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FATF에 가입한 회원국이며, 회원국들에게 FATF는 권고안은 단순한 권고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FATF는 권고 사항을 국가별로 제대로 이행하는지 그 정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결과에 따라 국가 간 금융거래 제재 등의 불이익을 준다. 최악의 경우는 회원국 자격을 바탈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해당국이 자금세탁, 테러 자금 조달, 마약, 총기 및 각종 불법성 거래와 간련이 있다는 뜻이어서 선진국과의 국제 금융거래는 불가능해진다고 봐야 한다. FATF는 암호토큰은 인정하지만 익명성 아래 암호토큰 거래가 불법행위의 온상이 될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