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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디지털 전환에 어두움

by jmin3 2020. 6. 2.

어느 사회에서나 어두운 돈에 그림자가 있다. 지폐를 위조하는 행위는 살인을 준하는 중범죄로 보고 중형으로 처벌을 한다. 위조지페가 일으키는 경제 교란 행위를 그처럼 심각한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대부붕의 나라에서는 정부나 중앙은행 같은 중앙 관리자가 화페의 발행 그리고 유통을 거의 전적으로 통제권을 가지고 관리하는 '중앙 집중형 관리체제'를 택하고 있다.

 

중앙집중형 관리체제는 중앙 관리자와 일반 사용자를 분리하고 관리자의 통제를 관철하는 불평등한 체제다. 디지털 시대는 '네트워크'라는 표현처럼 수평적이고 분권적인 형태일 것 가티만 자산 관리라는 점에서 오히려 반대한다. 자산이 디지털화되면서 중앙 관리자의 통제력은 더 강화되어왔다.

 

이것은 디지널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재산이 가치를 가지려면 고유하게 존재해야 한다. 즉 자산은 '고유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 데이터는 무한히 복제해서 만인에게 전송하는 게 가능하다. 또 디지털화된 정보는 원본과 사본이 구별되지 않는다. 자산의 고유성이 파괴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선미의 통장에 200만 원이 있다. 선미는 그 200만 원을 집주인 준영에게 송금하는 순간 선미의 통장에는 '0원'이 되어야 한다. 선미의 200만 원은 선미의 통장에 있으면 준영의 통장에는 없어야 하고, 준영에게 있다면 선미에게는 없아야 한다.

 

상식적으로 이야기 하면 이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선미의 계좌의 200만 원을 두 번 복사하여 600만 원을 만들어서, 200만 원으로 월세를 지불하고, 또 200만 원으로 가구를 사고, 또 200만 원을 주식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이처럼 디지털 방식으로 자산을 복제해서 전송하는 것을 '이중지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중지불이 가능하다면 선미는 부당 이기을 얻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이중 지불을 한다면 화페 가치가 폭락하면서 경제는 붕괴된다. 경제의 안정성을 위해서 자산의 고유성을 파괴하는 이러한 이중지불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경제에서는 이중지불을 막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아날로그 시대보다 더 철저한 보안과 대책이 필요하고, 중앙관리자의 권한과 지위는 아날로그 시대보다 더 강해졌다. 오늘날의 금융기관들은 디지털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로 사람들의 금융, 신용, 거래, 활동 데이터를 한 곳에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 더해 디지털 경제에서는 소수 대기업의 시장독점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그러하다. 이터넷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페이스북의 순이용자는 24억 명에 이르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은 소셜미디어 트래픽에서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아마존이 유통시장에서 벌이는 독점에 대해서 아마존하다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디지털 경제 연구자 닉 스르니첵에 의하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 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줄면서 유휴자본이 디지털 기술 기업으로 흘러들어갔고, 그것이 플랫폼기업의 급성장 배경이 된다.

 

플랫폼은 다자간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장소를 의미하는 말이다. 전통시장, 백화점, 대형 마트는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아마존, 이베이, 알라딘 등 전자 상거래 쇼핑몰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크게 기술 플랫폼, 거래 플랫폼, 미거래 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기술 플랫폼은 대고객 서비스의 전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결합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공지능에 기반해 기업의 생산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술 플랫폼이다. 거래 플랫폽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곳으로, 알라딘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부터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 광고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구글 같은 검색 플랫폼을 포함한다.

 

비거래 플랫폼은 주로 공공서비스와 시민을 연결하는 목적의 플랫폼이다. 산업의 중심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이며, 영업이익에서 애플을 추월하거나 비슷하지만 무선 사업만 놓고 보면 애플이 영업이익에 한참 못 미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애플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반면 삼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매한 다음 구글 앱 플랫폼인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사다가 설치한다. 애플은아이폰 판매에 더해 앱 판매 수수료까지 얻지만 삼성 스마트폰을 통해서 구글이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이 사실은 제조업에 대한 플랫폼의 승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공짜고 서비스를 줄테니 데이터를 달라고 한다. 플랫폼 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의 방대한 축적과 직접 관련이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에 기반하녀 디지털 서비스가 창출된다. 구글은 이용자의 검색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광고를 최적의 고객에서 맞춤형으로 연결하고 기업한테는 수수료를 받는다 아마존은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지역별, 계절별로 주문이 많은 상품들을 최적 배치하고,또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배송을 시작하는 서비스로 수익을 올린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서비스로 시민들의 택시 승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택시 공급이 수요에 못미치는 시간대에 '카풀'이라는 승차 호출 서비스를 판매하려고 했다. 이는 기존 택시업계와의 심한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플랫폼은 독점화로 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플랫폼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참여자가 하나 사람이 늘 때 네트워크 전체 효요이 +1보다 더 크네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나도 그 프로그램을 하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 플랫폼은 한쪽에는 서비스 이용자, 그리고 한쪽에서는 서비스 공급자가 존재하는 그런 양면 네트워크로 구성이 되어있다. 서비스 이용자가 많이 확보가 되면 그들에게 서비스를 판매하려는 공급자도 그 플랫폼에 들어올 수밖에 없으며,공급자가 높은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그 플랫폼에 들어오려고 하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에게 플랫폼 진입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네이버나 페이스북의 기본 서비스들을 공짜로 이용하라 수 있다. 한편 공급되는 서비스가 다양해지면 다양한 취향의 이용자가 던 많이 플랫폼으로 들어논다. 이용자가 늘면 데이터도 누적되고, 그에 따라 서비스의 양과질도 향상된다. 플랫폼의 독점화는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의 시장 독점은 이용자 데이터로부터 발생한 이익의 독점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낳는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가 온라인상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무상으로 수집하고, 이를 가공해 다양한 수익 원천으로 삼는다. 포털에서 여름휴가 여행지를 검색하면 얼마 후 내 컴퓨터와 내 휴대폰 화면에, 또 SNS와 메일에 휴가 여행지 관련 광고가 와르르 뜨는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것이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의 검색 데이트를 활용해 광고와 매칭하고 광고주로 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이용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꾸준히 학습시켜야만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학습방법인 '머신러닝' 에는 빅데이터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이용자들은 플랫폼 기업이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데도 자신들이 제공한 데이터에 대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들이 데이터만 제공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 디지털 플랫폼의 입장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이용자들은 데이터를 제고하는 대신 무료 서비스를 되돌려 받지 않느냐'고 반문을 한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기술 봉건우의'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자본주의 이전 봉건주의 사회에서 영주는 농노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겨우 생존할 정도의 식량만 제공하면서 농노가 경작한 농산물의 전부를 차지했다. 플랫폼 기업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ㅇ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에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계속 생산하게 만들고, 데이터에서 나오는 경제적 수익은 다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개인이 더 이상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려고 애쓸 동기가 사라진다. 그렇다면 현재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 강화될수록 새로운 혁신이 정체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봉건주의 현상처럼 보이는 것은 디지털 경제의 그림자이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디지털 경제 초기, 사람들은 자율, 분권, 평등, 정의에 기반하나 새로운 경제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것처럼 느껴지고  오늘날 경제는 더 촘촘해지고 더 강해진 중앙 관리자의 통제를 받고, 시민들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게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고, 약간의 무료 서비스를 누리는 것으로 그저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쌓아 올린 막대한 부를 그저 멀리서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또 다른 길이 열릴듯 디지털 경제는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세계 저 멀리 어디에선가 중앙 관리자의 통제와 플랫폼 독점을 넘어서기 위한 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