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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탈중앙 토큰경제

by jmin3 2020. 6. 14.

암호화페의 등장과 함께 '토큰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출현하고 있다. 토큰경제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한 토큰을 매개로 작동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블록체인 시스템 참여자들이 합의하여 암호화페, 즉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고, 네트워크에 기여하는 행동에 토큰으로 보상해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토큰 보유자는 자기가 속한 경제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돌아갈수록 가지고 있는 토큰의 가치도 올라가므로 적극적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할 동기를 갖는다. 이처럼 토큰경제는 토큰을 매개로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고, 또 그 참여자도 발전의 이익을 공유하는 바로 이것이 '이익 공유 경제'다. 토큰은 화페의 대용물로 사용이 되는 지급수단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 대까지만 해도 버스를 탈 때 버스 토큰을 냈다. 버스 토큰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동전처럼 생긴 금속 주조물이었다. 그런데 교통카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버스 토큰은 사라졌는데, 그렇다면 왜 버스 이용에 토큰을 이용했을까?현금을 내고 타려면 승객도 운전자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요금에 맞춰 현금을 준비해야 하고 거스름돈을 받느라 시간도 걸린다. 버스회사 입장에서도 승객이 낸 현금을 계산하느니 차라리 수거한 토큰을 정부에 갖다 주고 현금으로 일괄 정산하는 시스템이 더 편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이유는, 토큰을 사용함으로써 무임승차 또는 요금을 적게 내려는 일탈 행동을 잠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토큰은 사용의 편의성에 더해 사용자의 행동을 협동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들은 종이로 만든 회수권을 사용했는데, 이것 또한 일종의 토큰이다. 토큰을 이용해 행동을 교정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1960년대부터 심리학,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관심을 가졌던 주제다. 토큰은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도, 교환을 위한 지급수단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토큰은 아주 다양할 수 있다. 바둑알, 스티커, 스탬프 등 사람들 사이에서 그 목적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무엇이든 토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국집에서 고객이 자장면 한 그릇을 주문할 때마다 스티커 한 장을 주고 스티커 30장을 모아오면 탕수육 서비스를 해준다고 할 때 이 스티커도 토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30장을 모으면 탕수육을 먹기 위해 사람의 심리를 이용을 했을 수 있다. 30장이 모이면 탕수육과 교환할 수 있는 화페로 쓰이고 탕수육을 먹기 위해 기왕이면 그 중국집의 단골이 되도록 행동을 유도한다. 통신사 포인트도 흡사하다. 또 항공사 마일리지,OK캐시백 등도 일종의 토큰이다. 게임을 하다가 종종 공짜로 주어지는 '금화'나 '보석'도 토큰이다. 그것으로 게임 사용자는 아이템을 살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은 자체 목적에 따라 지급수단인 디지털 토큰을 만들 수 있다. 암호화페도 화페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암호토큰으로 부르는 게 알맞다. 디지털화되 토큰이 법정화페와 다른 점은 첫째. 토큰의 단위를 얼마든지 잘게 나눌 수 있다. 둘째. 그 플랫폼 안에서 토큰의 기능과 사용 방법을 얼마든지 프로그램할 수 있다. 그로그램이 가능한 토큰이란 의미에서 '프로그래머블 머니'라고도 한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토큰은 플랫폼 안에서 지급수단이나 서비스 이용권, 또는 투표권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혹은 투자 지분을 의미하는 증권, 또는 어음, 채권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과거에 토큰이 갖고 있던 의미를 바꾼다. 과거 토큰의 가치나 사용 방식은 그 네트워크의 중앙 관리자가 결정하고 사용자는 이를 일방적으로 따라야 했다. 그에 반해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합의로 이를 결정하고,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이익도 참여자들이 공유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페는 본질적으로 글로벌하다. 그런 점에서 토큰경제 역시 글로벌 차원에서 구상되고 운영될 수 있다. 토큰 경제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장점을 백분 활용한다. 경제의 운영 방식, 토큰의 지급 조건이나 사용 조건을 그 경제 참여자들의 합의하에 경제 시스템에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러저러한 조건이 맞으면 토큰이 지급되며, 그 토큰은 이러저러한 목적으로 쓰인다.'는 기대 사항을 코드, 즉 운영 규칙으로 만들어 블록체인에 올려놓으면 토큰은 반드시 그 프로그램대로 쓰인다. 이를 복지 정책에 적용시켜보자. 최근 아동수당이나 청년수당 현금 복지 정책이 많이 등장했다. 현금 복지는 당사자의 합리적 판단과 소비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지원받은 수당을 도박이나 마약 구매 등 일탈 행위에 쓰는 사람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그렇다고 사용처를 과도하게 제약하거나 사용 내역을 보고하게 하면 정부가 너무 권위적인 태도로 국민을 대하는 것이고, 그만큼 국민들의 불만도 커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복지 토큰'을 지급하면서, 도박이나 불법 행위 등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최소한의 조건만 프로그래밍해둔다면 어떨까. 사용자의 자율성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일탈 행위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제 시스템이든 운영하려면 상호 신뢰가 보증되어야 한다. 이를 개인 심성의 문제로 맡기거나 중앙 관리자의 감독에 맡기지 않고 기술을 통해 해결한다면, 다양한 호혜적 경제 시스템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살았던 맹자는 '활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방패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할까 걱정한다.'고 말을 했다. 활 제조업자는 활이 적을 잘 죽여야 많이 팔릴 테니 살상률을 높일 궁릴를 하고, 방패 제조업자는 공격에 끄떡없는 방패여야 많이 팔릴 테니 생존율을 높일 고민을 한다. 활 제조업자와 방패 제조업자가 원래 악한 사람, 선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회 시스템에서 그가 놓여 있는 위치가 그들의 생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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