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 경제

은행 없는 은행 서비스.

by jmin3 2020. 6. 13.

2019년 9월 기준으로 요르단에서 약 10만 6,000명의 난민이 총 6,300만 달러를 지원받았고, 난민들의 거래 횟수는 300만 건에 달한다. 은행 신용이 없는 난민들이지만 암호화페 시스템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고 노동력을 판매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난민의 절박한 궁핍이 조금은 해결되고, 그들이 경제 시스템에 들어오면서 사회적 부가가치도 증대되었다. 아날로그 머니가 디지털 머니로 전화하는 시대 흐름과 함께, 앞으로 은행 서비스는 남고 은행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은행 없는 은행 서비스다. 은행은 예금, 송금, 대출, 보험, 홪넞 등에 여러 금융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다루는데, 각종 핀테크 기없들이 은행의 기능들을 각각 전문적으로 특화, 분화하면서 과거와 같은 종합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은행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을 계기로 이른바 '디지털 뱅킹' 시대로 이행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제도권 금융 외부에서 핀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고, 인터넷 은행, P2P 대출업, 간편 결제 및 간편 송금, 개인자산통합관리서비스, 비금융 정보 기반 신용 평가 등으로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었다. 각종 '페이' 플랫폼이 등장하고 지급 경제가 그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면서, 은행은 금융 서비스 시장의 절대적 지위를 잃고 가치사슬의 상대적 지위에 놓이게 되었다. 거기에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페의 등장은 전통적 은행산업에 대한 위협 강도를 한층 높였다. 만약 제도권 은행 외부에서, 은행에 기대지 않고 법정화페를 유통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새로운 디지털 화페를 창출한다면? 지금까지 법정화페 시스템 위에서 운영되던 은행 서비스, 보험, 서비스, 증권, 파생상품 등이 암화화페 시스템 위에서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 우선 기존 은행과 구분되는 암호화페 은행, 일명 '크립토 은행'이 등장하고 있다. 암호화페 신산업에 친화적인 스위스가 앞장을 섰다. 2019년 8월, 암호화페 은행인 '세바크립토'와 '시그넘'이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으로부터 은행업 면허를 승인받았다. 이들 은행은 암호화페 거래의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한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일단은 기과 투자자가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객은 하나의 계좌만 개설하면 그것으로 달러, 유로 등 법정화페를 암호화페로 쉽게 바꾸고, 암호화페를 법정화페로 바꿀 수도 있다. 크립토 은행들은 금융시장감독청의 규정에 따라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고객의 암호화페 계좌로만 암호화페를 주고받을 수 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서다. 글로벌 차원에서 암호화페를 개인 간P2P에 대출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아르헨티나의 스타트업 '리피오'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에서 비트코인 지갑을 이용한 개인 간 소액 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리피오는 2018년 암호화페 발행을 통해서 3,700만 달러를 모아, 세계 각지의 투자자와 남아메리카의 대출자들을 연결해주는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 계약 시스템 계약 시스템을 만들었다. 베타 테스트로 800여 건의 대출을 진행해보니 대출 금액은 건당 평균 150달러 남짓이었다. 겨우 150달러 정도의 소액만 융통하면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나머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리피오에서 대출은 최대 730달러까지 가능하고, 대출자들은 최종적으로 법정화페로 대출금을 받는다. 다만 리피오 시스템 안에서는 RCN이라는 이더리움 기반 디지털 토큰을 사용한다. 각국 투자자들이 돈을 RCN으로 환전해 송금하면, 리피오는 대출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신용 조쇠 기관에 수수료를 지급한 다음 RCN을 법정화페로 바꿔 대출자에게 지급한다. 2017년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성인 가운데 은행 거래를 하지 않는 이들이 브라질에서는 30퍼센트, 콜롬비아에서는 무려 54퍼센트나 된다. 리피오는 암호화페 대출 서비스의 잠재적 수요가 수십만 명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핀테크든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든 필연적으로 '은행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제도권 은행들은 이중지불과 해킹을 막기 위해 막대한 보안 관리 비용을 지출해야 했는데,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속속 등장하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들도 기존 은행이 사활을 걸고 서비스 혁신에 나서게 하는 자극 요인이 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없애고 블록체인 기반 간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은행 사이의 장벽을 넘어서는 은행 공동 인증 서비스인 '뱅크사인'을 론칭한다든지 하는 시도도 그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금융 연구자 조혜경은 '핀테크 산업과 전통적 은행 산업이 전략적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동시에 경쟁하는 협력형 경쟁 혹은 프레너미 관계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추세는 '혁신의 패러다임과 경쟁력의 원천이 개별 기업 단위에서 연결형 분업에 기초한 복합적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다는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15년 '2037년까지 사람들은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계좌로 이동하고 미국 은행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지금 2025년까지 P2P 대출이 미국 은행 대출의 30퍼센트를 대체할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은행이 디지털 혁명을 따라잡기 위해 들이는 노력 역시 만만하지 않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5년 당시 전체 직원 3만 3,000명 가운데 정규직 컴퓨터 엔지니어가 9,000명이었다. 2014년 말 비전산직 직원을 포함한 페이스북 전체 직원 수 9,200명과 비교하면, 전통 은행이 최신 디지털 정보통신 기업보다도 많은 전산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에도 골드만삭스는 전체 직원 가운데 전산직 비중을 25퍼센트로 채웠다. 은행이 사실상 핀테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금융산업은 어떠한가? 2018년 말 현재 금융 투자업의 총 임직원 수가 3만 8,300여 명, 그중 전산직 직원은 1,800명, 4.7퍼센트에 불과하다. 은행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고용에서 전산직이 꾸준히 늘어 작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체 임직원 11만 7,000명 중에 4,400명이 전산직이었고, 비중은 3.8퍼센트로 금융 투자업보다 낮은 상황이었다. 인력 구조만으로 디지털 전환 수준을 가늠할 수는 없으나, 한국 금융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은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큰경제는 이익을 공유하다.  (0) 2020.06.16
탈중앙 토큰경제  (2) 2020.06.14
암호화폐, 디지털 경제와 연결성  (0) 2020.06.12
암호화페,블록체인  (0) 2020.06.11
블럭체인의 분산관리  (0) 2020.06.10